그와의 추억

Sungik
Mmio (토론 | 기여)님의 2010년 3월 13일 (토) 13:17 판

9 to 2

학생시절, 교수님의 구호는 "Nine to two (근무시간이 오전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였지요. 그래도 누구보다 활기차게 실험실에 가장 먼저 나오시곤 했는데.피곤해서 축 처진 학생들에게 농구하러 가자고 조르시곤 했는데..


Match Maker?

포항공대 초전도 연구실은 유난히 연구실 내 커플이 많이 탄생하였다.

김완선-권기정, 박정우-최만수, 박현정-최재혁, 도현진-김지연, 최은미-김형진 등 많은 커플들이 연구실 내에서 탄생하였다.

혹자들은 학생들이 초전도 현상의 원이이라 볼 수 있는 Cooper pairing 보다는 자신들의 pairing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이 아닌가라는 말을 하곤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구성원들이 함께 열심히 공부하면서 정이 싹튼 것이 아닐까?


카세트 테잎

90년대 초, 아직 음악을 테이프로 듣던 아날로그 시대일 때였다. 자정 넘어서까지 연구에 몰두하셨던 교수님의 책상 위에는 항상 카세트 플레이어가 놓여 있었다. 그 방을 들어서면 나직막히 틀어놓으신 가요나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었는데, 해바라기의 통기타 음악도 있었고 샤콘느라는 바이올린곡이 생각이 난다.


나의 영원한 싸부

이성익교수님은 지금의 나를 키워주신 영원한 나의 싸부이다.

나의 영원한 싸부 이성익 교수님 ... 사랑합니다.

교수님이 누구에게나 보여주셨던 친절과 평화와 사랑이 하늘에서도 빛날 것입니다.


나의 싸부는 참 열정적으로 공부했다, 물리학을.

항상 물리학이 나의 인생이라며 언제까지나 물리공부를 할 수 있는 인생이라 감사하다고 했다.

특히, 초전도물리학을 공부할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고 정말 행복하다고.

학부3학년 겨울방학이던 1989년 겨울에 교수님의 실험실에 연구참여생으로 들어가 1997년 2월에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참 공부도 많이 하고 실험도 하고 세미나도 하고 학회도 가고 ... 인생상담도 하고 내 20대 청춘의 시간을 거의 모두 교수님과 함께 연구실, 실험실에서 보냈다.

고등학교까지는 그래도 공부 좀 한다고 부모님이나 선생님이나 친구들로부터 치켜세움을 받다가 대학교에서 만난 쟁쟁한 친구들의 모습에 주눅도 들고 공부도 안되고 괜히 물리학과에 왔나 하는 고민이 있던 때였다. 기껏해야 양자역학 정도 배운 학부생을 얼마나 진지하게 대해 주셨던지 물리를 더 공부해도 되겠다는 자신감과 물리를 공부한다는 것의 의미를 실질적으로 알게 해 주셨던 것 같다.

그때 박사과정으로 있던 한규현 선배와 함께 초전도체를 만들어 전기저항을 재는 순간의 기쁨을 잊지 못한다. 마치 내가 세계 최초로 그런 물질을 만들어 낸 것처럼 환호가 저절로 터져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 순간을 즐기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간단하게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 책으로 배웠던 화학계산을 거쳐 복잡한 화학물질의 필요한 용량을 알아내고 손을 움직이기 힘든 후드 안에서 0.001g 까지 재는 전자저울로 정확하게 측정하여 막자사발에 섞는다. solid state reaction 과정을 위해 오른손으로 1,000번 왼손으로 1,000번을 갈아야 했다. 중심을 약간이라도 벗어나면 엄청난 힘으로 튕겨나오는 pressure machine에서 pellet으로 만들어 낼 때의 긴장감은 지금도 떨림을 준다. furnace에서 필요한 온도를 설정하여 기다리기를 일주일. 마침내 나온 시료가 초록색이면 실패, 검정색이면 성공가능성. 그동안 교수님의 실험실에서 축적해놓은 기술을 따라 한 덕분에 우리의 시료는 초전도임을 당당하게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강의시간에 들었던 많은 과목, 그 과목들에서 정신없이 삐져나오는 공식들이 물리연구에 어떻게 같이 힘을 합해 작용하는지를 알게 된 첫경험이었다. 그때가 내가 초전도체를 공부하겠다고 결심한 시간이었다.

그 후로 박사학위를 할 때까지 교수님과 단짝처럼 참 재미있게 일하고 공부했다. 학교를 떠나서도 새로운 결정의 순간마다 친구처럼 아빠처럼 항상 지지해주시고 힘을 주셨다. 아마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과 경험의 순간에 교수님의 얼굴을 떠올릴 것이다.

우릴 두고 황급히 가셨어도 남은 우리는 교수님과의 좋은 추억이 많고 행복한 기억이 많아 괜찮다고 했다. 교수님도 더 많은 고통과 괴로움을 겪지 않고 가셔서 어쩌면 다행이라고 했다. 우리가 기억하기에는 교수님이 행복했던 시간이 훨씬 많았으므로 편히 가시게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눈물은 나지만 편히 쉬시라고 하기로 했다.

20년이 넘게 교수님께 배우고 교수님이랑 연구하고 실험하고 논문쓰고 공부하고 토론하고 의논하고 상담하고 기대고 놀러가고 밥먹고 술마시고 노래부르고 차타고 운동하고 ... 같이 한 것이 너무도 많다.

내가 연애하는 것부터 결혼하는 것도 봐 주셨고, 아기 낳아 데리고 가면 봐주신 것, 애들 크는 순간마다 기억해주신 것, 내가 하는 일마다 도움 주신 것, 격려해 주시고 지지해주신 것 ... 지켜봐주신 것이 너무도 많다.

내게 그런 분이 가까이 있었다는 것이 지금에서야 절절하다.

항상 문자나 이메일에 "미요기에게 싸부가" 라며 애정을 주셨는데...이제 그런 문자는 안오겠다.

그 기억이 참 소중하고 그래서 감사하고 고맙고 애틋하고 그래서 눈물이 나지만 괜찮다 하기로 했다.

미처 되돌려 드리지 못한 것을 해드리는 일만 남은 것 같다.


우리가 함께 했던 행복의 순간들

그는 늘 물리학을 연구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을 행복해했다. 사진첩


반짝이는 것들을 사랑한 별

그는 참 반짝이는 것들을 좋아했다.

반짝이는 사람들을 좋아했고

출장만 가면 반짝이는 무엇인가를 손에 들고 나타났고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좋아했고

노래도 'Starry starry night'하는 Don McLean 이 부른 'Vincent'를 좋아했다.


  • "Vincent" is a song by Don McLean

- written as a tribute to Vincent van Gogh

Starry, starry night. Paint your palette blue and grey, Look out on a summer's day, With eyes that know the darkness in my soul. Shadows on the hills, Sketch the trees and the daffodils, Catch the breeze and the winter chills, In colors on the snowy linen land.

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They would not listen, they did not know how. Perhaps they'll listen now.

Starry, starry night. Flaming flowers that brightly blaze, Swirling clouds in violet haze, Reflect in Vincent's eyes of china blue. Colors changing hue, morning field of amber grain, Weathered faces lined in pain, Are soothed beneath the artist's loving hand.

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They would not listen, they did not know how. Perhaps they'll listen now.

For they could not love you, But still your love was true. And when no hope was left in sight On that starry, starry night, You took your life, as lovers often do. But I could have told you, Vincent, This world was never meant for one As beautiful as you.

Starry, starry night. Portraits hung in empty halls, Frameless head on nameless walls, With eyes that watch the world and can't forget. Like the strangers that you've met, The ragged men in the ragged clothes, The silver thorn of bloody rose, Lie crushed and broken on the virgin snow.

Now I think I know what you tried to say to me,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They would not listen, they're not listening still. Perhaps they never w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