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번역하면서

Sungik

고온초전도 발견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초전도 학술회의가 1996년 3월 12일부터 3월 16 일까지 미국 휴스턴에서 열렸었다. 이 학회에는 초전도 연구에 큰 업적을 이루었거나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학자들을 중심으로 참석인원을 400여명으로 제한하였다. 또한 초전도 학회의 주제를 전반적인 역사적 사실, 지난 10년간 물리학 측면에서 관찰한 진전, 새로운 물질과 초전도 응용 측면 및 과학과 기술의 접목으로 제한을 하였다. 이 학회에는 고온초전도 현상의 발견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스위스의 뮬러 박사, BCS 이론의 슈리퍼 박사를 비롯한 코헨, 다인즈, 키타자와, 카르도나, 레겟 등이 참석하여 진지한 토론을 하였다. 이 회의를 주관한 사람은 액체질소온도 이상에서 처음으로 초전도 현상을 발견한 대만계 미국인 물리학자 추 박사였다. 이 회의에서 토의된 내용들은 지난 10년간의 고온초전도 발전과정에 관한 내용과 최근에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부분들이었다. 이 회의에는 국내에서 우리 두 사람을 비롯하여 여러 명이 참석하였다.


이 회의에 참석하면서 우리 두 사람은 국내의 연구역량도 세계와 어깨를 겨룰 수 있음을 자신하게 되었다. 이 회의에 참가하는 동안 우리는 지난 10년간 국내의 초전도 연구를 회상하게 되었다. 그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하였나. 고온초전도 발견이후 국내의 초전도 연구는 비약적 발전을 하였다. 아무것도 없었던 이 땅에 초전도 연구 학자들은 새로운 연구 환경을 조성하느라 쉬지 않고 뛰었다. 국내의 초전도 연구 현황은 세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표준과학원을 중심으로한 국책연구소의 응용연구, 그리고 포항공대, 서울대, 부산대, 이화여대, 과기원을 중심으로 한 대학들의 기초연구, 삼성, LG 등의 기업체 연구소의 개발연구등 여러 분야에서 정말 열심히 노력하였다. 포항공대에서의 열적으로 안정된 세계 최고의 질을 자랑하는 수은계 초전도체 1223상의 제조, 표준과학원의 수은과 탈륨을 혼합한 세계 최초의 합성 초전도, 서울대학의 층간 삽입 초전도 합성 및 물성 연구, 특히 이화여대의 고온초전도 비탄성 광산란에 의한 고압 라만스펙트라 연구, 등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초전도 응용분야의 연구는 아직 세계적으로 앞서는 연구결과를 내놓지는 못하지만, 고주파를 이용한 분야에서 좋은 연구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고온초전도 발견 이후 지난 10년간 엄청난 발전이 이루어졌음이 이 학회에서 증명되었다. 반도체로 트랜지스터를 처음 만들었을 때, 반도체가 오늘과 같은 물질 문명을 이룰 것이란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듯이, 고온초전도체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이 학회에 참석하면서 우리 두 사람은 고온초전도 연구 분야를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소개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에, 일반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초전도 분야 책을 같이 쓰기로 합의를 했다. 그러나 우리 두 사람은 책을 새로이 쓰기 위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따라서 우리들은 만약 좋은 초전도 입문서가 있다면 이를 번역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고온초전도에 관한 이야기는 그 동안 국내의 언론과 과학잡지에 꾸준히 등장하고 있었다. 이 물질은 앞으로 반도체를 대신할 꿈의 산업혁명을 주도할 물질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꿈을 실현하는 신소재, 초전도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때, 일반인들을 위해 초전도 현상을 쉽게 설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여러 종류의 책을 조사하던 중 Vidali가 쓴 '차세대 혁명 초전도'란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은 차세대 물질혁명을 이끌어갈 초전도성을 평이하게 설명했기에 우리에게 더 큰 관심이 되었다. 과학에 흥미가 있는 대학생 일반 독자는 물론 고등학생들도 알차게 읽을 수 있게 쉽게 쓰여져 있었다. 그러나 우리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책을 중학생들도 알 수 있도록 더 쉽게 번역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우리는 조금이라도 어려운 개념을 쉽게 풀어썼고, 너무 어렵거나 전문적인 부분은 다시 풀어쓰거나 삭제시켰다. 또한 필요에 따라서는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였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바뀐 개념들은 원저와는 다른 내용으로 수록하였다. 따라서 이 책은 과학에 약간의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들이라면 무난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초전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딱딱한 수식이나 복잡한 자연 현상들을 단순화시켜 직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줄 것이다. 또한 역사적 뒷이야기 등이 많이 수록되 어 과학자들의 삶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포항공대와 이화여대의 초전도 연구실 학생들에게 읽혀본 결과 매우 좋은 평을 받았다. 특히 포항공대의 승병훈, 오수미, 김형진, 엄태일, 김재욱, 최재혁, 김명환 등과 이화여대의 이수영, 장보연, 최민경, 김지연, 최은미 등 학생들에게 깊이 감사한다. 또한 초전도 전공이 아니면서도 이 책을 읽고 여러 의견을 제시한 권순덕씨에게 감사를 드린다.

이성익(포항공대), 양인상(이화여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