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상사람들이 고온초전도체라는 물질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세계적으로 이 연구 에 막대한 인력과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을까? 고온초전도체의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여 잘 활용만 한다면 새로운 산업혁명을 일으킬 수 있음은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 만, 이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고온초전도체 내부에는 이해해야 할 아름다운 물리현상이 존 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초전도 현상이란 무엇인가?

1911년 최초로 초전도체를 발견한 사람은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오네스(Onnes)였다. 그는 1908년 기체헬륨을 압축하여 절대온도 4도(4K, 즉 -296C)의 액체헬륨을 만들어내는 데 성 공하였고, 이 액체헬륨을 이용하여 물질의 온도를 절대온도 0도에 가깝게 냉각시킬 수 있었 다. 그래서 수은을 저온으로 냉각시키면서 전기저항을 측정하던 중 액체헬륨의 기화온도인 4.2K 근처에서 수은의 저항이 급격히 사라지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렇게 저항이 사라지는 물질을 사람들은 초전도체라 부르게 되었다. 초전도 현상의 또 다른 역사적 발견은 1933년 독일사람 마이스너(Meissner)와 오센펠트(Oschenfeld)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들은 초전도체 가 단순히 저항이 없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초전도체 내부의 자기장을 밖으로 내보내는 현상 (자기 반발 효과)이 있음을 알아냈다. 이러한 효과는 마이스너 효과(Meissner effect)라 불리 우며 저항이 없어지는 특성과 더불어 초전도의 가장 근본적 특성으로 인식되어지고 있다.

초전도체 위에 자석을 두면 자석에서 발생되는 자기장이 초전도체에 도달하게 되어 초전도 체 내부에 자기장이 침투하게 된다. 그러나 초전도체는 보통물질과 달리 자기장을 배척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자석은 초전도체 위에 떠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때 주위의 온도가 올라가면 시료는 초전도의 성질을 잃어버리게 되고 따라서 자석은 더 이상 떠있지 못하게 된다. 이와 같이 어떤 특정한 온도(이를 임계온도라고 부른다)이하에서 저항이 완전히 사라 지고 내부에 자기장이 존재하지 못하는 상태를 초전도상태라 한다. 이러한 성질을 가진 초 전도물질은 금속, 유기물질, 세라믹 등에서 1천종 이상 발견되었으나 나이오비움-티타늄 합 금과 나이오비움-주석 합금 등 5~6종만이 실용화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는 초전도 현상이 매우 낮은 온도에서만 일어나므로 값비싼 액체헬륨을 써서 냉각시켜야 하기 때문이며, 따라 서 그 냉각비용이 엄청나서 고도의 정밀기계 이외에는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액체헬 륨 제조시 필요한 기체헬륨은 가벼워서 대기중에는 별로 남아있지 않고 그나마 오클라호마 지방 근처의 유전에만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초전도를 이용한 새로운 기술의 실용화는 액 체헬륨온도인 4K 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만 가능하다.

  고온초전도체의 발견

1911년 초전도 현상이 처음 발견된 후 거의 모든 사람들이 비교적 값싼 냉매인 액체질소로 냉각 가능한 온도, 즉 영하 200도 정도(77K) 이상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은 우주 에 존재하지 않으리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은 고온초전도의 발견과 더불어 깨 어졌다. 이 고온초전도체의 발견만큼 전세계적으로 많은 의학자들에게 영향을 준 사건은 과 학기술 사상 그 유례를 찾기 힘들 것이다.

베드노르쯔(Bednorz)와 뮐러(Muller)에 의하여 LaBaCuO가 30K의 초전도체일 가능성이 12 년전인 1986년 9월에 발표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초전도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들조차 이 사 실에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난 수십 년간 이러한 발표들이 번번이 헛소문이 었기 때문이다. 베드노르쯔와 뮐러의 발표가 있은 지 3개월 후 1986년 12월 미국재료학회 연례총회에서 동경대의 키타자와 교수가 이들의 연구결과를 확인하는 발표를 하였을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란타늄계열의 초전도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때 벌써 미국의 Houston 대학의 폴 추 박사, AT&T Bell 연구소, IBM, 중국의 Zhao 등은 보다 높은 임계온도를 가 진 초전도체의 탐색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러한 연구 노력의 결실로, 1987년 대만계 미국 과학자 폴 추 박사에 의해 77K 이상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이 개발되었다. 그것들이 바로 유명한 산화물계 초전도체들이다. 현재 고온초전도체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희토류 산화물인 란타늄계(임계온도 30K)와 이트 륨계(임계온도 90K), 비스무스 산화물계, 수은계(임계온도 134K)등이 있다.

  초전도체의 응용

초전도체가 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을까? 그것은 초전도체가 가지는 무궁무진한 응용성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의학적 응용에서는 자기공명현상(Magnetic Resonannce Imaging : MRI)을 이용하여 뇌의 내부구조를 알아내는데 초전도자석이 쓰여왔다. MRI 방 법은 뇌의 내부를 직접 관찰하거나 X-선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뇌의 내부에 상처를 입히지 않아도 된다. 이때 강력한 자석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초전도 전선 내부에 강력한 전류를 흘려 사용한다.

지금은 액체헬륨으로 초전도 전선을 냉각시키고 있지만, 고온초전도체를 사용하면 그 냉매 로 액체질소를 이용할 수 있어 상당히 낮은 비용으로도 MRI가 가동되며, 뇌뿐 아니라 신체 의 다른 부위까지도 X-선 장비가 MRI로 대치되는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응용은 비단 의학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모든 실생활에서 응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전도 자기 에너지 저장소(Superconduction Magnetic energy storage : SMES) 는 초전도 코일에 매우 큰 전류가 흐를 때 형성되는 자기장 형태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 는 기술이다. 이를 이용하면 서울시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모든 전류를 지름 5cm의 초전도 전선에 실어 운반할 수 있다. 또한 핵융합 반응을 이용한 미래의 에너지원의 제조시에도 초 전도체를 이용한다. 그리고 초전도체를 이용하면 대중교통 수단도 크게 변화하여 서울과 부 산을 40분만에 주파하는 자기부상열차를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박에서도 초전도체를 이용해 매우 빠른 속도로 운항할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응용은 박막 선재나 조셉슨 소자를 이용한 고속소자, 자기장 및 전압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센서, 열 발생 없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의 컴퓨터나 반도체의 배선 등이 이러한 것이다.

  국내의 고온 초전도 연구의 태동

고온초전도체가 발견이 되자 선진국들은 국력을 기울여 이 새로운 물질의 연구경쟁에 뛰어 들게 되었다. 이 당시 미국은 생산분야에서 일본에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었기에 21세기 선도기술의 하나인 초전도 기술에서만은 절대로 우위를 지키겠다는 경의로 이 연구에 정진하였다. 1987년 7월 당시의 레이건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고온초전도체의 상 업화에 관한 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한 연방정부와 의회에서도 초전도체 연구를 적극 지원하였다. 일본의 경우에는 초전도에 관한 연구를 초전도 발견 약 50년이 지난 1960년도 에 시작하였으며 이후에도 초전도 자기부상열차 개발을 비롯하여 많은 연구업적을 쌓게 되 었다.

고온 초전도체가 발견된 후 일본은 응용기술뿐 아니라 기초과학에서도 세계를 주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 하에 일본통신 산업성의 주관하에 초전도 연구를 추진하게 되었다. 이밖에도 중국이나 대만의 초전도 연구의 노력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대만정부는 우리 나라에 비해 약 4배 이상의 연구비를 초전도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고온초전도체가 발견되기 이전의 국내의 초전도연구는 거의 전무하였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 니다. 국내의 초전도 연구는 헬륨액화기가 표준과학원에 최초로 도입된 1982년부터라고 하 여야 할 것이다. 또한 국내에서의 고온초전도체의 최초제작은 1987년도 3월 초 서울대의 김 정구 교수팀에 의해서 이다. 이때 제조된 시료는 액체질소온도보다 낮은 55K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였으나 이후 곧이어 이 온도가 90K급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또한 이와는 독립적 으로 부산대학 장민수 교수팀도 고온초전도 합성에 성공하였고 우리 대학이 개교가 되자마 자 이기봉, 백성기 교수 등이 이 연구에 참여, 초전도합성에 성공하였다. 이때부터 국내 매 스컴에서도 연일 초전도체에 관한 뉴스가 보도되었었다.

한편 과학기술처에서는 본 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국내 전문가들로 구성된 고온초전도 연구협의회를 구성하였다. 이 연구협의회에서 제일로 착수한 업무는 국내 초전도 연구 현황 과 전반에 대한 보고서 작성 및 고온초전도 기술개발을 대형과제로 구성하여 연구계획서 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이후 이 협의회를 모체로 하여 고온초전도 국내 연구가 활성화되었다. 이후 수년이 지난 지금 국내의 초전도 연구는 대학을 중심으로 한 기초물성연구 및 기업 및 연구 소를 중심으로 한 응용 연구분야가 눈부신 발전을 하게 된 것이다.

1996 포항공대 소식지 이성익교수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