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무한한 가능성… 초전도체의 활용
시속 500㎞磁氣부상열차 ·첩보위성 盜聽방지도 가능
초고속 수퍼컴 제작에 활용…의료계 MRI는 이미 실용화

  여름철 컴퓨터 주변은 다른 곳보다 유독 더운 열기로 무덥다. 가정집에서는 텔레비전·비디오·냉장고·에어컨 등 가전제품이 주로 몰려 있는 곳이 다른 곳보다 더 덥다. 이 같은 이유는 전기 제품을 작동하는 데 필요한 전기에너지 일부가 열 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 중에 발생하는 열 때문이다. 열 에너지는 당장 무릎에 노트북을 놓고 작업을 하다보면, 점차 무릎에 전달돼 오는 열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같은 열은 전기에너지의 손실이다. 따라서 가전제품의 효율이 높을수록 열 발생량은 적다.

그렇다면 전기 에너지를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고 100% 완전하게 사용할 수는 없을까?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20세기 초반부터 초전도(super-conduction) 분야에 매달려왔다. 초전도(超傳導)란 전기 저항이 없어 전류가 손실없이 흐르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 15일 과학 전문지 ‘네이처’에 재미(在美) 한국인 과학자 최형준(崔炯俊·32) 박사가 발표한 ‘마그네슘디보라이드’가 바로 최근까지 각광을 받아온 대표적 고온(高溫) 초전도체다. 고온 초전도체란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도 초전도현상이 나타나는 물질을 말한다.

최근 초전도체 박막이 제조되고 초전도체의 원인이 이론적으로 규명되면서, 초전도체 시대는 당초(10년정도 후)보다 3년 빨리 열릴 것으로 보인다.

◆초전도체란=온도가 영하로 낮아지면 물은 갑자기 얼음으로 변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납이나 알루미늄 같은 금속의 온도를 극저온(영하 270℃정도)으로 낮추면 갑자기 초전도상태가 된다. 초전도체는 에너지를 하나도 잃지 않고 전기를 100% 목적지까지 보낼 수 있다. 또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초고속 수퍼컴퓨터 개발 등 통신분야와 컴퓨터개발에서 획기적인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초전도체 응용 범위는 무한대=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완전히 사라지고, 또한 주위에 자석이 있을 경우 자석에서 나오는 자기장을 밀쳐내는 특수한 성질을 갖는다. 전기저항이 없기 때문에 전기를 멀리 송전하거나 혹은 변압시키는 데 열손실이 전혀 없다. 그리고 초전도체로 도선을 감아서 전자석을 만들면 보통 자석보다 수천 배 강한 자석을 만들 수 있다.

강한 전자석의 성질을 이용한 초전도체는 이미 실생활에 들어와 널리 이용되고 있다. 병원에서 신체 내부를 촬영하여 이상 유무를 진단하는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자기공명영상장치)가 바로 초전도체를 응용한 장비다. MRI는 X-선보다 안전할 뿐 아니라 특히 두뇌, 등골 등 X-선으로 잘 안 나타나는 부분의 영상을 선명히 보여주는 특성이 있다.

또 자기공명현상을 이용하면, 뇌의 내부구조를 쉽게 알아낼 수 있다. MRI 방법은 뇌의 내부를 직접 관찰하거나 X-선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뇌의 내부에 상처를 입히지 않아도 된다. 이때 강력한 자석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초전도 전선 내부에 강력한 전류를 흘려 사용한다.

현재까지는 액체 헬륨으로 초전도 전선을 냉각시키고 있지만, 고온초전도체를 사용하면 그 냉매로 액체질소를 이용할 수 있어 상당히 낮은 비용으로도 MRI가 가동될 수 있다. 뇌뿐만 아니라 신체의 다른 부위까지도 X-선 장비가 MRI로 대체되는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초전도체는 자기장을 싫어하여 밀어내는 특성을 가진다. 곧 초전도체에 자석을 가까이 하면 자석은 밀려난다.
일반적으로 구리산화물 초전도체 위에 자석을 올려놓은 후 액체질소를 부으면, 온도가 급속히 내려가 구리산화물이 초전도 상태로 된다. 이때 자석은 공중에 떠오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자기부상(磁氣浮上)의 원리이다.
초전도체 자기부상 열차는 이미 일본 신간선 구역 일부와 미국 플로리다주에 시범적으로 초전도 열차용 철로가 설치돼 시운전 중이다. 초전도용 자기부상 열차 속도는 거의 비행기 수준으로, 기존 자기부상 열차에 비해 훨씬 빠르다. 전자석을 이용한 현재의 자기부상 열차는 1㎝ 정도 뜨는 데 비해, 초전도를 이용하면 10㎝ 정도 부상할 수 있어 시속 500㎞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증명됐다. 초전도체 자기부상 열차를 이용하면, 서울과 부산을 4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만약 다른 보조장치 없이 공중에 뜨길 원하는 사람이 초전도체를 바닥에 깔고 자석을 몸에 지니고 있으면, 초전도체로부터 힘을 받아 공중에 떠있을 수 있다.

◆초전도박막(薄膜) 이미 제조 성공=과학기술부 창의사업연구단인 포항공대 초전도연구단 이성익·강원남 교수는 지난해 절대온도 39K(영하 234℃)에서 초전도 기능을 지닌 마그네슘 다이보라이드(MgB2·이 붕소 마그네슘) 박막을 세계 최초로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이 초전도 박막 제조 비법은 미국·일본·유럽 등에 특허를 출원 중이다.

초전도 박막은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무선통신 기지국의 주요 부품으로 가장 먼저 사용될 것이다. 이 부품을 이용하면 뇌파나 심장상태를 수술하지 않고도 알아낼 수 있다.


  ▲사진설명 : 한 연구원이 세라믹 코팅을  오븐에 넣어 초전도 코일을 만들고 있다.   /조선일보 DB사진
이 외에도 에너지 저장, 극히 미세한 자기장 측정에도 널리 이용된다.
가령 초전도 자기 에너지 저장소(Superconduction Magnetic Energy Storage : SMES)는 초전도 코일에 매우 큰 전류가 흐를 때 형성되는 자기장 형태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다. 초전도체를 응용하면 서울 시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모든 전류를 지름 5㎝의 초전도 전선에 실어 운반할 수 있다. 또 자기장 및 전압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센서, 열의 발생 없이 엄청나게 속도가 빠른 컴퓨터나 반도체 배선 등을 들 수 있다.

초전도를 이용한 통신이 첩보전에 쓰인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보통의 전파를 이용한 위성간의 통신은 전리층을 뚫고 들어오기 때문에 지상에서 도청이 가능하다. 그런데 초전도를 응용한 전파는 전리층을 뚫지 못해 지상에서 염탐할 수 없다. 초전도를 이용하면 테라(1조)급㎐의 주파수영역을 이용할 수 있는데, 재래식 금속은 이 주파수에서 열에 의해 녹아버린다.

이 밖에도 초전도는 초전도양자간섭장치(SQUID)를 만들어 사람의 심장이나 뇌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자장을 측정할 수 있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를 지닌 수퍼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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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전도 현상은
    전기저항 ‘제로’…네덜란드 과학자가 1911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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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을 사용할 때, 이들 제품에서 열이 발생하는 원인은 뭘까?

일반적으로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導體)는 일정한 간격으로 원자핵을 포함하는 양이온이 배열돼 있는 ‘결정 격자 구조’를 갖는다. 그리고 전기가 통하게 되면, 이 공간에서 전하를 운반하는 자유 전자가 이동해서 전류가 흐른다.

그런데 만약 이온이 정확하게 규칙적으로 주기적인 배열에 따라 존재한다면, 결정 격자 구조가 완벽해서 전하를 운반하는 자유 전자가 도체 내에서 아무런 충돌을 겪지 않는다. 한마디로 부딪치는 것이 없어 전기가 잘 흐르고 열도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도체내에는 불순물, 구조적인 결함, 이온들의 진동으로 인해 결정 격자 구조가 완벽하지 못하다. 따라서 전기가 통하게 되면, 자유 전자는 이들과 충돌하면서 열을 발생하게 된다.

1911년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카메를링 오네스는 이 같은 도체를 냉각시켜 거의 절대영도(영하 273.16℃) 근처까지 이르면, 도체 내 이온들의 진동 폭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오네스 박사는 헬륨이 액체상태가 되는 극저온에서 금속 수은의 저항을 측정해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네스 박사는 실험을 통해 영하 269℃근처에서 저항이 아예 사라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초전도 현상이 처음 발견된 것이다. 오네스 박사는 수은의 초전도 현상으로 1913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 집필진 )

▲임지순 교수: 대표집필. 서울대 물리학과, 반도체 및 나노 튜브 이론 전공
▲이성익(李星翊) 교수: 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 과학기술부 창의 연구사업 포항공대 초전도 연구단 단장, 신물질 초전도체 합성 전공